나는 읽고 쓰고 버린다

이번주 화요일에 책을 사서, 토요일에 다 읽었다. 근래에 내가 책을 이렇게 빨리 읽은 적이 있던가.

감독님의 새 책이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화요일 점심 시간에 어떤 책인지 한 번 보기나 하려고 서점에 들렸다가 바로 사와서 읽게 되었다.

이전 책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에서 종종 언급되어 익히 알고 있는 감독님의 독서 노트. 그 독서 노트에 관한 이야기다. 그리고 감독님이 직접 쓴 내용으로 만들어진 책이 아니고, 2010년부터 작성해온 독서 노트를 바탕으로 2023년 3월부터 2024년 3월까지 김민정 시인과 진행한 수차례의 인터뷰를 책으로 묶은 것이다. 감독님을 한 번 만나 뵙고 싶은 마음도 있고, 감독님하고 대화도 나눠보고 싶고, 말씀하시는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오히려 문어체로 적힌 책보다 좀 더 현실감 있게 어르신의 말씀을 듣는 느낌이 들어서 더 좋았다. 사실 대화를 옮겨 적은 형식이라서 앞뒤 맥락이 꼭 맞지 않을 때도 있고, 주제에서 좀 벗어나 의식의 흐름대로 흘러갔다 오기도 하는데, 애초에 출판사에서 기획한 이 책의 의도 자체가 이런 현장감이 아니었을까 하고 생각했다. 나는 만족스러운 독서였다.

Q. 새벽에 눈을 뜨자마자 가장 먼저 하시는 일이 창을 열고 집안 환기를 시키는 거라 하셨어요

A. 네, 그러고 한참 밖을 내다보지요. 어렴풋한 새벽 풍경을 가만히 바라보고 서 있는 일, 누가 저한테 사색이 뭐냐고 물어온다면 그렇게도 답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하루를 살더라도 진짜 사람답에 살고 싶다는 거. 물론 삶에 정답은 없는데 그래도 한 번 사는 거 모두와 똑같은 삶이 아니라, 생각 없는 삶이 아니라, 정말 제대로 된 사람답게 살 수 있는 방법은 없나,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게 되는 일. 말하자면 그런 숙고가 사색일 테니까요.

따로 적어둔 몇 가지 문장 중에, 블로그에 올려둘 문장으로 이것을 골랐다. 책을 통해 간접적으로 만나는 감독님에게서 느껴지는 이미지가 잘 드러나는 문장이다. 조던 피터슨의 방청소가 생각나기도 한다.

감독님 말씀을 듣고 있으면 청소와 주변 정리 정돈, 시간 관리, 물건 버리기. 이런 단순한 삶의 방식부터 되돌아보게 된다.

나도 일단 일찍 일어나고, 주변을 정돈하고, 하루를 계획해야지.

찬찬히 기본부터 쌓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