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재밌게 일하고 있나요

몇 번을 다시 생각해봤지만
좋은 프로그래머가 되기 위해 정말 필요한 것을 꼽는다면
우선 프로그래밍을 재미있어 하는 것 입니다.

얼마전에 페이스북에서 과거의 오늘이라면서, 10년 전에 썼던 글을 띄워주었습니다. 맥북을 생전 처음 만지면서, 재미있다고 써놓은 글이었습니다.

꽤나 오래도록 프로그래머로 일을 하며 지내왔습니다. 그동안 즐거웠던 순간도 힘들었던 순간도 많았습니다. 그 와중에 다행인 것은 내가 아직까지도 프로그래밍에 재미를 느끼고 있어서, 힘든 순간을 버틸 수 있는 큰 원동력이 된다는 점입니다.

경제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것도 아니고, 명작의 반열에 오를 게임을 만들어낸 것도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는 점입니다.

나는 아직도 프로그래밍을 좋아하고 있다는 것.

이것이 내가 계속 일 할 수 있게 하고, 꾸준히 배우고 싶게 하고, 늘 내일을 기대하게 만드는 점입니다.

일반적인 사람들이 모두가 나처럼 생각하지 않는 다는 것을 쉽게 느낄 수 있습니다.
주위를 보면 힘겹게 일하는 사람, 마지못해 억지로 일하는 사람, 얼른 일 끝내고 집에 가서 치킨 먹으면서 게임하고 싶은 사람 등은 쉽게 찾을 수 있고, 쉽게 눈에 띕니다.
그럴 때마다 다시금 내가 여전히 프로그래밍에 재미를 느끼고, 덕분에 아직도 열정이 식지 않았다는 점을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누군가 저에게 좋은 프로그래머가 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묻는다면
1차적으로는 동료들과 원만하게 협업할 수 있는 소셜 스킬이라고 대답하겠습니다.

하지만 대외적인 자질 이외에 프로그래머 개인의 기술적인 부분만을 국한해 대답한다면
저는 천부적인 재능보다, 힘든 일을 참아내는 의지력 보다도 가장 먼저
프로그래밍을 그 자체로 재미있어 하는 것이라고 대답하겠습니다.
그런 사람이어야 내일을 기대할 수 있는 포텐셜이 있기 때문입니다. 당장은 조금 모자라는 구석이 있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결국 채워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필자에게 왜 프로그래밍을 하느냐고 묻는다면, 주저없이 ‘재미(fun)’라고 답할 것이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만약 프로그래밍보다 더 재미있는 일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역시 주저함 없이 프로그래밍 대신 그 일에 몰두할 것이다. 재미없는 일을 억지로 하면서 보내기에는 인생은 너무 짧지 않는가.
[마이크로 소프트웨어 잡지 특집 컬럼 - 이만용 리눅스 코리아 CTO의 글 중…]

위 글은 20여전 전 신입 시절에 마소 잡지를 읽다가, 마음에 들어 늘 곁에 두는 글입니다. 지금도 깃헙의 개인 프로필 페이지 가장 처음에 항상 적어두는 글입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여전히 프로그래밍에 대한 재미를 잃지 않고 있다는 것이 저의 가장 큰 무기이고, 자랑거리 입니다.

2024년 4월 15일. 오전 건강검진을 일찍 마치고 집에서 쉬던 차에 적음.
그럼 다시 재미있게 일하러 가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