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보는 겸허한 마음

아프리카를 제법 잘 알게 되면서부터 나는 인간이 평생 지닐 수 있는 것에 대해 대단히 겸허한 마음을 갖게 되었다. 일생 동안 어찌됐든 비와 이슬을 막아주는 집에 살 수 있었고, 매일 먹을 것이 있는 생활이 가능했다면 그 사람의 인생은 기본적으로 ‘성공’이다.

만일 그 집이 깨끗하며, 목욕탕과 화장실이 있으며, 건강을 해칠 정도의 더위와 추위에서 보호되며, 매일 뽀송뽀송한 이불에서 잘 수 있고, 누추하지 않은 옷을 입을 수 있고, 영양이 골고루 섞인 맛있는 식사를 하며, 전쟁에 휘말리지 않고, 병이 들었을 때는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생활을 할 수 있었다면 그 사람의 인생은 지구 수준에서 보면 ‘대단한 행운’이었다.

만일 그 사람이 자신이 좋아하는 공부를 하며, 사회의 일원으로 활동하며, 사랑도 알게 되며, 인생의 한 부분을 선택할 수 있었고, 자유스럽게 여행을 하며, 자신이 좋아하는 독서를 하며, 취미 생활을 할 수 있게 되고, 가족이나 친구들로부터 신뢰와 존경과 사랑을 받았다면 그것만으로도 그 사람의 인생은 그야말로 ‘대성공’인 것이다.

  • 소노 아야코. ‘계로록’